혈기가 나를 넘어지게 한다.

   

어떤 혈기 많은 목사님이 있었습니다. 그는 다 좋은데 그 혈기가 늘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결단을 하고 경기도에 있는 어느 기도원에 가서 금식기도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며칠을 금식하고 나니 도저히 배가 고파 못 참겠는데 온통 먹는 것만 생각이 났습니다. 금식이 끝나는 날에는 사모님과 여선교회 회장님이 보호식으로 흰죽과 물김치를 해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계속 흰죽과 물김치가 눈앞에 어른거렸습니다. 그래서 찬송을 부를 때 "성령이 오셨네, 성령이 오셨네" 라고 해야 할 것을 "흰죽이 오셨네, 물김치가 오셨네" 라고 헛소리가 나올 정도로 배가 고팠습니다. 그런 와중에 가까스로 금식을 마쳤습니다.

   

금식을 끝내기로 작정한 마지막 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목사님은 사모와 여선교회장이 빨리 오리라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벽같이 올 줄 알았는데 9시가 되어도 오지를 않았습니다. 목사님은 화가 났습니다. "목사가 교회를 위해 금식기도까지 하는데 보호식도 제때에 못 챙겨준단 말인가?" 생각할수록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기다리다가 그냥 기도원에서 내려와 버스터미널로 갔습니다.

   

그런데 막 도착한 버스에서 사람들이 내리는데 사모와 여선교회장이 보따리를 들고 내려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니, 이런 못된 것들이 있나!" 목사님이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 "야 이 못된 것들아! 야 너 네들 배고프지 않다고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이제야 오냐? 이 못된 것들!" 그러면서 소동을 피우니 사람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대낮에 소동을 피우니 사람들은 미친 사람인 줄로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사모와 여선교회 회장은 난처했습니다. 그렇다고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목사님!"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여선교회장님이 큰소리로 "아저씨!, 아저씨가 참으세요."라고 외쳤습니다.

   

그 순간 목사님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뇌리에 부딪치는 것이 있었습니다. 아저씨라는 말이 큰 충격으로 뇌를 때리고 있었습니다. “아저씨? 나를 보고 아저씨라고?" 목사님은 그 한마디에 그만 멍해지고 말았습니다. 기운이 쫙 빠졌습니다. 혈기를 죽이려고 금식까지 했는데 허탕치고 말았습니다. 혈기를 죽이기는커녕 이게 무슨 망신인가? 목사님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는 기도원으로 다시 올라갔습니다. 목사님은 혈기를 뿌리 뽑기 전에는 안 내려올 작정을 하고 다시 산에 올라가 금식기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는 아주 온유한 목사가 되어 존경받으면서 교회를 크게 부흥시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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