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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지 않아요

  

“저 은진이랑 아주 친한 내과 3년 차인데요.”

“은진이 여기 병실에 없는데요.”

“예?”

“저, 은진이가 어제 저녁 엑스파이어(expire: 사망)했거든요.”

“……”

 

아팠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순간 전신에 힘이 쭉 빠졌다. 이대로 그냥 보낼 수 없었다. 나는 핸들을 꺾어 은진이 빈소가 있다는 안양으로 향했다. 은진이를 돌봤던 후배에게도 연락을 해서 무거운 마음으로 함께 안양 장례식장을 찾았다.

 

빈소는 단출했다. 은진이의 모습이 영정사진으로 어색하게 걸려 있었다. 뜻밖의 손님을 맞은 슬픈 얼굴의 은진이 어머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나도 은진이로 인해 가슴이 저미는 슬픔 가운데 있었기에, 말이 아닌 마음을 가지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은진이 어머니는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을 이제 막 배운 신앙으로 소화해내고 있는 중이었다. 가족을 더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동생까지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하나님께서 은진이를 좋은 곳으로 데려가셨다는 은진이 어머니 말씀은 슬픔을 잊기 위해 둘러대는 말이 아니었다.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주님의 주권을 조금씩 인정하는 하나님 자녀의 모습이었다.

 

자리를 뜨기 전, 내 마음에 가장 궁금하던 것을 은진이 어머니께 물어보았다.

 

“은진이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하던가요?”

 

“은진이요? 다행스럽게도 하나님이 도와주셔서 편안하게 갔어요. 엄마한테 이렇게 말하면서요. ‘엄마, 나 두렵지 않아요. 두렵지가 않아.’”

 

그 이야기를 듣는 내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은진이는 열 살짜리 아이였지만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 쫓는다는 것을 이미 알았던 것이다. 주님의 온전한 사랑 속에 있는 이 아이를 사망조차 어쩔 수 없었으리라. 은진이의 마지막 한 마디는 슬픔에 잠겨 빈소를 방문한 우리 두 사람에게 기쁨으로 돌아가게 할 힘을 주었다.

출처 : - 안수현, 『그 청년 바보의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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