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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 한옥마을에서...)

 

"... 검은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검은머리가 저처럼 대머리가 될 때까지 변함없이 서로 사랑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 순간 식장 안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지는 주례사는 신랑 신부와 하객들에게 재차 웃음을 던져주었다.

 

"제 대머리를 한문으로 딱 한자로 표현하면 빛 광이라고 할 수 있지요. 신랑 신부가 백년해로 하려면 광나는 말을 아끼지 말고 해주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의 세 치 혀입니다."

 

하객들은 모두들 진지한 눈빛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라는 빛 광 같은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여보, 사랑해" "당신이 최고야!"라는 광나는 말은 검은머리가 대머리가 될 때까지 계속해도 좋은 겁니다."

 

그런데 그 순간 하얀 장갑을 낀 선배의 손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선배는 신부에게 수화로 선생님의 주례 내용을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에 눈물이 맺히는 건, 나뿐이 아니었을 거다.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광나는 말씀으로 주례사를 마치셨다.

 

"여기,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신랑이, 가장 아름다운 신부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해주고 있습니다. 군자는 행위로써 말하고 소인은 혀로써 말한다고 합니다. 오늘 저는 혀로써, 말하고 있고 신랑은 행위로써 말하고, 있습니다. 신랑 신부 모두 군자의 자격이 있습니다. 두 군자님의 제2의 인생에 축복이 가득하길 빌면서, 이만 소인의 주례를 마치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선생님과 신랑 신부를 보며 힘껏 박수를 쳤다. 예식장은 하객들의 박수 소리에 떠나갈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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