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글 / 복의 근원  


헤르만 헤세의 단편 중에 ‘어거스터스’라는 작품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오랫동안 아기를 낳지 못하는 부부가 아이를 가졌는데 신비한 노인이 나타나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겠다고 말합니다. 산모는 고민하다가 “이 아이가 앞으로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살게 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소원대로 그들의 아이 어거스터스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으며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받기만 좋아할 뿐 사랑을 나눌 줄 몰랐던 그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었고 결국에는 사람들에게 버림받았습니다. 어느 날 신비한 노인이 다시 나타나 또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고 어거스터스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며 사는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말합니다. 인생의 황혼기에서 어거스터스는 어떤 것이 행복인지 바로 알았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무언가 받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크리스천들도 복을 받기를 희망합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고자 하는 참된 복은 무엇일까요.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은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 복에 대해 명확하게 말씀하십니다.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니라.” 아브라함은 욕심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가 아들을 바라긴 했지만 그것은 자신의 신앙의 계보가 끊어지는 것에 대한 염려였지 자신의 유산을 물려줄 후계자가 없어 걱정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종인 엘리에셀에게 기꺼이 전 재산을 물려줄 생각까지 했던 사람입니다. 아브라함은 나누고 베풀며 살기를 원했습니다. 곁에 굶주려 죽어가는 사람이 있는데 날마다 호의호식하는 것은 결코 복이 아닙니다.

한때 우리나라는 선교 강국이라 불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작은 개척교회라도 선교하기를 기도하고 꿈꾸며 실천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큰 교회마저도 선교를 줄여나가는 형국입니다. 나누고 베풀기보다는 나부터 먹고살자는 개교회주의가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습니다.

자신의 지위를 박차고 나와 캐나다 토론토의 데이브레이크 공동체에서 정신박약아들을 돌본 헨리 나우웬에게 기자가 물었습니다. “당신같이 훌륭한 학자가 어째서 발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정신 지체아들을 돌보고 있습니까.” 그러자 나우웬은 대답 대신 자신의 책 ‘예수의 이름으로’를 건넸습니다. 나우웬은 그전까지 올라가는 것에만 집착했습니다. 하버드대 교수가 되기까지 그가 얼마나 노력하고 힘써왔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는 고백합니다. “나는 그동안 작은 인기와 작은 권력의 꼭대기를 향하여 오르막길만을 추구해 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신지체자인 아담 곁에 앉았을 때, 이런 사람들의 고통에 동참하는 내리막길을 통해서만 예수님을 알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행복은 사랑을 나누고 용서하고 이해하는 삶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원리대로 나누고 베풀며 삽시다. 우리가 나누는 사랑이 모일 때 온 세상은 환하게 빛날 것입니다.

배경락 서울 서북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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