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예화] 가정예배 (다 공주가 될 수는 없다)-3
11. 다 공주가 될 수는 없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어느 날 점심시간을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 때 나는 학교에서 하는 연극의 공주 역으로 뽑혀 몇 주일 전부터 어머니와 함께 열심히 대사를 연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집에서는 아주 쉽게 술술 외워지던 대사가 학교무대에 올라서기만 하면 한마디도 생각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선생님이 나를 한 옆으로 부르시더니 공주 대신 새로 마련한 해설자 역으로 바꿔서 해 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은 부드럽게 말씀하셨지만 나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공주역이 다른 학생에게로 넘어가는 것을 보았을 때 내 마음은 더욱 아팠습니다.
그날 점심시간에 집으로 달려간 나는 어머니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내 불편한 심기를 알아채시고 보통 때처럼 대사 연습을 하자고 하시지 않고 정원에 나가 산책이나 하지 않겠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위로 뻗어 올라간 장미덩굴이 푸르름을 더해 가고 있던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거대한 느릅나무들 밑에는 노란 민들레꽃이 마치 어떤 화가가 우리 정원 풍경에다 황금빛을 칠해 놓은 것처럼 군데군데 피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무심코 민들레꽃에 다가가더니 한 포기를 뽑으면서 말씀했습니다.
"잡초들은 다 뽑아 버려야겠다. 이제부터 우리 정원엔 장미꽃만 길러야겠어."
"그렇지만 나는 민들레가 좋아요. 엄마. 꽃들은 다 아름다워요. 민들레꽃까지도."
나는 항의했습니다.
어머니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맞아. 꽃은 어떤 꽃이든 그 나름대로 우리에게 기쁨을 주지. 그렇지?"
나는 내가 어머니의 생각을 바꿔놓은 것을 기뻐하며 머리를 끄덕였습니다. 어머니는 이렇게 덧붙이셨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란다. 누구나 다 공주가 될 수는 없는 거야. 그러니 공주가 되지 못했다고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단다."
어머니는 내 괴로움을 눈치챘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홀가분해진 나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서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어머니는 내 얘기를 다 들어주시면서 내게 힘을 주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이셨습니다. 어머니는 이어 내가 당신에게 얘기책을 큰 소리로 읽어 주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상기시키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훌륭한 해설자가 될 수 있을 거야. 해설자 역도 공주 역 못지 않게 중요한 역할이란다."
몇 주일이 지나면서 나는 어머니의 끊임없는 격려에 힘입어 새로 맡은 역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점심시간이면 내가 외울 해설을 되풀이해서 읽었으며 또 학예회날 입을 옷에 대해 어머니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학예회날 저녁 무대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는 긴장되고 불안했습니다. 연극이 시작되기 몇 분전에 선생님이 내게로 오셨습니다.
"너의 어머니가 이걸 전해 달라고 하셨다."
선생님은 내게 민들레꽃 한 송이를 건네 주셨습니다. 민들레는 꽃잎 끝이 말리기 시작했고 줄기도 시들시들했습니다. 그러나 그 민들레를 바라보며 어머니가 밖에 와 계시다는 생각을 하고 또 어머니와 점심시간에 나누었던 얘기를 생각하니 자부심이 되살아났습니다. 연극이 끝난 후 나는 내 무대 의상의 앞치마에 찔러 두었던 그 민들레꽃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어머니는 그 꽃을 두 장의 종이 타월 사이에 끼워서 사전 속에 눌러 두셨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시들어 버린 꽃을 고이 간직하는 사람은 아마 우리밖에 없을 거라고 하시면서 웃으셨습니다.
(자녀, 교육, 역할)
12. 다섯 손가락
다섯 손가락이 모여 각자 자기 자랑을 했습니다. "나는 엄지야, 최고를 가리키잖아." 집게도 지지 않고 말했습니다. "내가 없으면 아무 것도 집을 수 없어. 또 무엇을 가리킬 때 내가 없어봐." 가운뎃손가락도 한 마디 했습니다. "나는 키가 가장 크단다." 그렇다고 약지가 지겠습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반지를 어디에 끼워주는지 아니? 그러니 나는 가장 사랑 받는 손가락이야." 그런데 새끼손가락이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기가 죽을 수는 없었습니다. 뭐라고 말했을까요? "야, 너희들 내가 없으면 병신들이야."
(가정, 차이, 이해, 자랑)
13. 다시 태어난다면
결혼의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지금의 배우자를 택하겠다는 부부는 과연 얼마나 될까요? 미국의 경우 20년 이상된 부부에게 물어본 결과 '다시 만나기를 원한다'는 응답자는 고작 4%에 불과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서울 강남 어느 지역에서 같은 질문을 던져본 결과 75%가 '아니오'라고 답변을 했고, 나머지 20%도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윈스터 처칠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다시 태어나도 제 아내의 두 번째 남편이 되고 싶다." 남편이나 아내는 볼링공이 아닙니다. 바꿔본다고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부부, 만족, 불만)
14
. 당신이 그의 논에
한 농부가 있었습니다. 밤늦게 논에다 물을 대어놓고 다음날 아침 나가 보았더니 물이 다 빠져나가고 없었습니다. 밤새 힘들여 끌어올린 물을 빼간 사람이 있었습니다. 화가 났지만 성경 말씀을 떠올리면 참아내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또 다시 물을 끌어 올렸습니다. 그런데 또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몇 번이나 같은 짓이 되풀이되었습니다. 그래도 일흔 번씩 일곱 번 용서하라는 가르침을 따라 용서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해를 끼친 사람을 용서해 주었는데도 마음에 평화가 없었습니다.
농부가 목사님을 찾아가 물었습니다. "저는 보복을 한 일도 없고 다 용서해 주었는데도 왜 제게는 기쁨이 없습니까?"
그 때 목사님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이 직접 그의 논에 물을 대 주기 전에는 평화가 오지 않습니다."
(이웃, 평화, 용서)
15. 당첨 오백만 원
올림픽 복권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의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즉석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주택복권은 며칠 후 TV나 신문을 통해 당첨 여부를 알 수 있었지만 올림픽 복권은 어디서든 동전을 가지고 숨겨진 글자를 긁어 보면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쌍용그룹의 사외보(社外報)인 [여의주(1994. 6)]에 어느 아주머니가 겪었던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렸었습니다.
한 아주머니가 길을 걷다가 그 때 처음 나온 즉석 복권을 긁고 있는 사람들 곁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호기심에 복권 한 장을 사서 긁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복권 윗부분을 조금 긁자 '당첨금 십만 원'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나타났습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눈앞이 아찔했습니다. 용기를 내서 가판대 아저씨에게 십만 원짜리가 당첨되었다고 하니 아저씨는 자기 가판대에서 처음 있는 경사라면서 빨리 은행에 가서 돈으로 바꾸라고 했습니다.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은행을 가려고 횡단보도에 서있는데 또 다른 가판대가 보였습니다. 오늘은 재수가 터진 날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얼른 가서 복권을 또 한 장 사들고 은행 화장실로 달려가 떨리는 마음으로 긁어보았습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당첨금 오백만 원', 그녀는 그 순간 심장이 딱 멎는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복권을 보고 또 보았습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출납이라고 씌어있는 창구로 갔습니다. "저, 오백만 원짜리 하고 십만 원짜리 복권이 당첨됐는데요." 순간 은행 직원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복권을 보자고 했습니다. 그녀는 땀이 촉촉이 배어든 복권 두 장을 창구 속으로 밀어 넣으면서 오백만 원을 떠올렸습니다. 그 순간 은행직원이 커다란 소리로 웃었습니다. "아주머니, 이거 당첨된 거 아니에요. 밑에 있는 것도 긁어야죠. 이건 꽝인데요." 그녀는 갑자기 눈앞이 노랗고 얼굴이 화끈거려 은행을 어떻게 빠져 나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정,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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