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그녀
여러 해 전에 서양란을 선물로 받은 적이 있다. 한 손에 잡힐 정도로 아주 작은 화분에 담긴 서양란에는 꽃이 사랑스럽게 피어 있었다. 너무 가녀린 모습이라 애처롭게 보였다.
가만히 보니 뿌리를 내릴 곳이 없을 정도로 얕은 화분에 심겨져 있었다. 상품화를 위해 약간은 급조한 흔적이 분명했다. 예상한 대로 얼마 있다 그 꽃은 시들해지더니 어느 날 힘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다음 해에 꽃이 필 때까지 살린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이럴 때 대개는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나는 너무 작고 연약하기에 더욱 내 시선을 끌었던 작은 생명을 그냥 내버린다는 것이 왠지 죄를 짓는 것 같아 사무실 책상 위,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두어 사랑해 주기로 작정했다.
사랑에는 대가 지불이 필요했다. 세심한 돌봄이 필요했다. 작은 식물이었지만 바라보는 동안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을 느꼈다. 구체적으로 사랑을 원했다. 그리고 아주 예민하게 반응했다. 바쁜 일이 있어 며칠이라도 내버려 두면 수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랑한다고 금방 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시간을 먹으며 깊어진다. 사랑은 기다림이다. 누군가 그랬다. 기다리지 못한다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고.
계절이 몇 번 바뀌면서 이파리들도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어느 날 잎사귀 사이에서 가느다란 줄기가 솟아올랐다. 그러던 중 드디어 작년에 보았던 것과 똑같은 하얀 꽃이 수줍은 웃음을 띠며 피어올랐다. 작년에 선물로 받았을 때 그 얼굴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시들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랜 외출에서 다시 돌아온 그녀였다. 싱그러움은 여전했다. 작지만 화려했다. 하얗게 피어오른 컬러는 비교할 데 없이 완벽했다. 걸작품이었다. 그 꽃은 몇 개월 동안 내 곁에서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 거라는 사실을 배웠다. 내가 사랑한 것은 멀리 가지 않았다. 내가 사랑한 것은 내게 보상을 해 준다는 것을 배웠다.
출처 : - 이규현, 『그대, 느려도 좋다』 중에서
'기독- 성경연구 > 설교 예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교예화] 세상과 구별되는 선함 (0) | 2017.08.20 |
---|---|
[설교예화] 하나님처럼 하라 (0) | 2017.08.20 |
[설교예화] 공동선을 위해 서로 협력하라 (0) | 2017.08.20 |
[설교예화] 믿음의 힘 (0) | 2017.08.20 |
[설교예화] 무엇을 보고 기뻐하는가 (0) | 2017.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