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의 자녀들을 성인으로 훈련시키기

 

한국 사회에서 성인으로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되는 것은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19세 전후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성인으로 간주된다. 대표적으로 그들은 선거권을 갖게 되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한국 교회는 어떨까? 놀라웁게도 한국 교회는 교회법상 15세부터 성인으로 간주한다. 입교식은 유아세례를 받은 이가 정식으로 교회의 정식 멤버로 등록되는 예식이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법상으로는 한국 사회보다 훨씬 진보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실제 교회 생활 속에서 그들은 전혀 성인으로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니 훈련을 받지 못한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개혁교회에서 입교식은 "신앙 고백"(confession of faith)라고 불리운다. 원래 이 예식의 기원은 견신례(confirmation)에 있다. 동방교회는 이것을 "기름부음" (Chrismation)이라고 불렀고 대개의 경우 유아 세례 직후에 시행한 반면, 서방교회는 일정한 성인이 된 후에 교리문답의 과정을 거쳐 이 예식을 시행하였다. 서방교회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개혁교회는 이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카톨릭에서 이 예식을 7가지 성례 중 하나로 보는 반면, 개혁 교회에서는 이 견해를 부정하였다.

 

개혁교회가 입교를 성례로 거부하였다고 해서 이 예식을 소홀이 생각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개혁교회의 부모들은 아이가 성년이 되면(보통 고등학교 2학년) 입교를 위한 목사가 인도하는 교리문답 교육에 1주일에 한 번씩 참여시킨다. 교육이 끝나면 당회에서 심사하여 교인으로 받을 것을 결정하고 오는 주일날 예배 시간에 입교식을 한다. 여기까지는 우리 한국교회와 매우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한국 교회는 이것이 매우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개혁교회에서는 철저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좀 독특한 것은 입교식을 하는 시간에 목사는 당회에 제출된 개인의 신앙고백서를 읽는다는 것이었다. 그 속에는 그리스도에 대한 그 학생의 진실한 고백이 담겨져 있다. 그 학생들은 좌석 제일 앞에 앉는데 이어지는 성찬식에서 가장 먼저 포도주와 잔을 분배 받는다. 예배가 끝나고 나면 목사와 장로들이 가장 먼저 와서 온교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축하의 악수를 나눈다. 그들이 교회의 정식 회원이 되는 순간이다.

 

개혁교회에서 이렇게 입교식이 끝나면 정말로 교인이 된다. 그것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그 학생들이 공동의회에 참석하는 것이다. 공동회의는 보통 주중 저녁에 실시되는데, 아버지(내가 다녔던 교회에서는 여성에게는 투표권이 없으며 공동의회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자기 자녀들을 데리고 그 자리에 참석하게 한다. 보통 자녀들은 아버지 옆에 앉는다. 공동의회는 물론 매우 질서정연하게(decently) 이루어진다. 예를 하나들면, 공동의회는 회의실에서 실시되었는데, 1인용 의자가 8개씩(중간에 통로를 남기고) 배열되어 있었고,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착석을 하였다. 따라서 몇명이 참석해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갓 입교한 학생들은 개혁교회의 정치를 자연스럽게 배운다.

 

한 번은 노회에 참석한 일이 있는데, 놀란 것 중의 하나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수업시간 중 시간을 내어 방청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 학생들은 이 교단에서 운영하는 기독교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다. 학생들은 자기 노트에 다음 시간에 발표할 내용을 메모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보고 배움으로써 책임있는 성년이 되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이런 훈련들을 어려서부터 받아서 인지는 모르지만, 개혁교회의 고등학생들은 대부분의 경우 (덩치도 크지만)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정말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서 나는 한국교회의 정서와 큰 차이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교인들은 공동의회에 잘 참석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의 경우에는 겉으로는 참석하라고 광고는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참가하는 것을 막는 분위기이다. 솔직히 회의문화가 천박한 경우가 많아서 아이들의 참석을 가급적 막는 분위기이고 이것은 아이들에게 교회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겨주게 된다.

 

우리가 이런 좋은 개혁교회의 전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른들의 뼈를 깎는 자성의 모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보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어른들은 (나의 세대도 마찬가지) 제대로 된 교회 정치의 모습을 본적이 없다. 인간들은 원래 타락한 존재이기 때문에 모르면, 겸손히 성경과 교회의 전통 속에서 참된 하나님의 뜻을 구하기 보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가 이 땅에서 개혁교회를 참된 모습을 이루기 위해서는 교회의 지도자들이 겸손하게 자신들의 무식을 인정하고 성경에서 참된 개혁교회의 원리를 연구하고 때로는 협력하고 연구하여 온 성도들이 함께 훈련을 받는 길 외에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의 자녀들에게 최선을 다하여 책임있는 성인으로 훈련시키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고 여기에 개혁교회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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