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사 주한 외국선교부 선교정책
매서(賣書, 勸書人) 전도인이 한 농촌 가정을 방문하여 전도하고 있다
한국에 자리를 잡은 각국의 외국 선교부는 어떤 방식으로 선교활동을 펼쳐갔을까? 오늘의 한국교회 현상의 근원으로서 대단이 의미 있고 흥미로운 문제이다. 한국에 온 초기 선교사들의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순회 전도’였다. 순행(巡行) 전도라고도 불리는 이 방식은 허드슨 테일러(J. H. Tayler, 1832-1905)와 중국 내지선교회(CIM)가 중국에서 시행했던 방식이었다. 순회전도는 선교지역을 답사하고, 개인전도 문서보급을 통해 신자들의 모임을 형성하여 교회를 설립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1. 한국교회 자립 땐 지도권 넘기고 조용히 퇴진
선교사들은 한국어 선생이나 통역관, 안내자 등과 함께 필요한 행장과 기독교 문서, 의약품을 배부하고 전도의 기회로 삼았다. 또 선교부는
중국에서 순회전도를 한 허드슨 테일러
네비우스 선교정책을 창안한 헨리 벤 영국교회 선교회 총무
한국인 전도자를 채용하여 성경이나 기독교 문서를 보급하게 했는데, 이를 매서(賣書) 전도라고 하고, 이 일에 종사하는 이들을 매서인(賣書人) 혹은 권서인(勸書人)이라고 불렀다. 이런 활동을 통해 신자가 생겨나면 집회를 시작하고 교회가 설립되도록 후원하였다.
선교사들의 순회전도는 공개적전도가 가능해진 1887년 언더우드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서울에서 개성, 황해도 장연군, 평양, 의주 등을 순회한 일이 있다. 그 후의 게일, 베어드 등도 동일한 방식을 취했다. 매서 혹은 권서활동은 주한 선교부 외에도 대영성서공회, 스코틀랜드성서공회 그리고 미국성공회에 의해서도 추진되었고, 지역교회 설립에 크게 기여하였다.
2. 네비우스 선교회의 3자(三自) 원리
John L. Nevius
선교사들이 입국한 지 5년여 지났을 때 효과적인 선교를 위한 정책 수립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내한 선교사들은 거의 전부가 20대 청년들로 선교 경험이나 목회 경험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일 선교의 풍성한 결실을 얻게 된 것은 선교사들의 열정이 미숙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선교 경험과 동양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주한 선교사들은 1890년 6월, 중국 산 둥성 지푸에서 일하던 네비우스(John L Nevius, 1829-1893)를 초빙하여 10일간 선교정책 세 미나를 열었다. 북장로교 소속 선교사로서 1854년 이래로 중국에서 일했던 네비우스가 제시한 선교방법을 ‘네비우스 정책’이라고 부 른다. 이 정책은 첫째, 자치적이고(Self-governing) 둘째, 자립적이며(Self-supporting) 셋째, 자전하는(Self-propagating) 토착교회 설립의 원리, 곧 삼자(三自, 3S) 원리를 기본골격으로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외국선교부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한국인 스스로 교회를 세워갈 수 있는 자생력을 갖게 해야 한다는 정책이었다.
사실 이 정책은 네비우스의 독자적인 제안이 아니었다. 이런 선교정책을 제안한 첫 인물은 영국교회선교회(CMS)의 총무이자 선교 정책가였던 헨리 벤(Henry Venn, 1796-1873)이었다. 벤은 1841년부터 CMS 총무로 1872년까지 31년간 일했는데, 이미 1854년에 이 정책을 입안하고 토착교회 지도자 훈련을 강조했다. 그는 선교회의 임무는 목회가 아니라 개척이라고 했고, 토착교회가 선교부를 의존하기보다는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선교의 임무는 궁극적으로 토착교회를 설립하고 토착교회가 지도력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3자 원리를 제창했던 것이다.
현지교회가 세워지고 어느 정도 자치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선교부는 모든 지도력을 현지교회에 이양하고 조용히 물러나야 한다고 보았는데, 이를 벤은 ‘선교부의 안락사’(the euthanasia of a mission)라고 불렀다.
19세기 중엽 서구인들의 우월의식이나 식민주의 의식(colonial complex)을 고려해 볼 때 벤의 정책은 매우 혁신적인 것이었다. 구미 선교사들은 선교지에서 가능한 한 오래 지도력과 주도력을 행사하고자 했다. 그들은 아직 개화되지 못했고, 자치능력이나 자립여건도 갖추지 않았다고 본 때문이다. 적어도 1910년 에든버러에서 열린 세계선교협의회(IMC) 이전까지는 대부분 서양 선교단체가 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 선교를 ‘해외선교’(foreign mission)라고 하지 않고 ‘이교국 선교’(Heathen mission)라고 불렀던 점은 이런 인식을 암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벤의 주장은 상당한 비판을 받았으나 되돌아보면 그는 매우 탁월한 정책 가였다.
3. 네비우스의 정신이 사경회로 이어지다.
19세기 말엽부터 벤의 정책은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일했던 네비우스는 한국 교회에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아 이 정책을 제안한 것이다. 네비우스가 특별한 점은 위의 3자 원리와 함께 성경공부를 강조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찰스 클라크(C. A. Clark)는 “네비우스 정책은 자립교회를 목표하는 것으로, 자력전도와 자치제도 및 자급운영으로 요약할 수 있지만 이 선교정책의 진정한 강조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성경을 연구하고 거기서 터득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성경공부에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정책이 사경회와 같은 방식으로 널리 적용되었고 한국 교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사무엘 모펫은 1910년 한국선교 25주년을 회고하면서 네비우스로부터 자립정신과 사경회라는 두 가지 원리가 배태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네비우스를 초청한 선교정책 세미나에 참석했던 선교사들은 장로교 중심의 10여명에 불과했으나 이 정책은 1891년 북장로교 선교부 제1차 연례대회에서 공식 채택되었고, 1893년 1월 주한 장로교 공의회 제1차 회의에서는 네비우스 원리를 바탕으로 10개 항의 보다 구체화된 선교정책을 수립했다. 이후 주한 외국선교부의 가장 대표적인 정책으로 채용되었다. 이 정책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없지 않으나 한국교회 형성에 끼친 지대한 영향은 부인하지 못한다.
4. 네비우스 선교전략(Nevius Plan)
(1) 한국교회 삼자원칙(Three-Self of Church)
– 자립(Self-Supporting) / 신자들이 스스로 마련한 예배당을 소유하고, 개 교회 목사에게 외국의 자금으로 사례를 지불하지 않는다.
– 자치(Self-Governing) / 문화권 내에서 실제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 들은 현지인 이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순회 집회 시에는 교인들을 훈 련을 시켜 훗날 구역, 지방, 전국의 지도자가 되게 한다. 스스로의 치리 권을 사용한다.
– 자전(Self-Propagating) / 먼저 믿는 자들이 교회를 조직하고 이들이 나아가 전도하여 지 교회를 세운다. 모든 신자들은 성경에 대하여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는 자가 되며, 동시에 자기보다 나은 다른 사람으로 부터 성경을 배우는 자가 된다.
(2) 개인 순회전도 원칙
먼저 선교사가 개인적으로 널리 순회하며 전도한다. 게일(J. S. Gale) 선교사는 1889년부터 1897년까지 8년 동안 계절을 불문하고 매번 다른 길로 한반도를 12번이나 돌았다.
(3) 성경중심의 원칙
사역의 모든 분야에서 성경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4) 전 교인 성경공부 원칙
모든 신자는 그룹 영수와 순회 조사(Helper) 아래서 조직적인 성경 공부를 해야 한다.(자연히 교회 지도자는 성경을 통달해야만 했다.)
(5) 상호협력의 원칙
선교사간의 협력과 다른 선교 단체와 협력하고 연합한다.
(6) 성령 의존의 원칙
성령님의 역사에 대한 믿음: 주님은 성령의 특별한 은사를 주셔서 선지자들, 교사들, 능력자들, 돕는 자들, 다스리는 자들을 필요한 대로 주실 것을 믿는다.
장날 장터 길목에서 복음을 외치고 있는 미국 선교사(1891?)
(7) 언어훈련의 원칙
현지인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기 위해 현지어 습득훈련을 강조 했다.
(8) 법적인 문제 불간섭의 원칙
선교사는 현지 교회나 성도의 현지법에 의한 법적인 문제에 대하여는 불간섭의 원칙을 지킨다.
(9) 경제문제의 원칙
민중의 경제문제는 가능할 경우에 한하여 자립정신을 해하지 않는 범위의 일반적인 도움을 준다.
이처럼 네비우스 선교전략의 핵심은 자립, 자치, 자전의 3자 원칙을 통한 토착교회의 설립이며,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철저한 성경공부를 통한 변혁이 일어나야 하며, 선교사들은 이 변혁의 조력자들로서 이를 섬기기 위해 현지 언어습득, 문화이해를 해야 하고(언어 훈련 강조), 궁극적인 변혁의 주체들은 현지인 지도자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지인 지도자들을 세우기 위해서는 토착적인 교육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쓴 이 / 이상규(고신대 역사신학 교수) 출처 / 국민일보
'신학과교회사 > 한국교회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교회사] 선교학교와 기독교교육 미션스쿨 (0) | 2017.09.20 |
---|---|
[한국교회사] 초기 선교정책: 선교지 분담 정책 (0) | 2017.09.20 |
[한국교회사] 전국적으로 세워지는 교회들 (0) | 2017.09.16 |
각국 선교사들의 선교활동 (0) | 2017.09.16 |
새롭게 읽는 한국교회사 (0) | 2017.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