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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교 / 탈무드와 이야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이자 ≪유대인 이야기≫의 저자인 최명덕 교수와 함께 탈무드 속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재미난 이야기 속에 값진 진리를 담은 탈무드를 통해 오늘을 사는 명쾌한 지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리와 이야기가 누가 더 인기 있나 내기를 하였습니다. 진리와 이야기는 어느 유대인 마을로 갔습니다. 진리는 자신 있었습니다. 누구도 진리를 외면하지 못하리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먼저 진리가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사람들은 진리를 보더니 외면하였습니다. 그를 피했습니다. 열렸던 창문이 닫혔습니다. 마을 중앙에 도착할 즈음 주위를 둘러보니 길에는 아무도 없고 진리 혼자만 서 있었습니다. 진리는 혼자 쓸쓸히 마을을 통과했습니다. 이야기가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사람들이 기웃거렸습니다. 창문이 열리고, 사람들은 무슨 말인가 들어보려고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마을 중앙에 도착해 뒤를 돌아보니 많은 사람이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이야기가 마을을 통과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몰려들었습니다. 마을을 통과한 후 이야기는 진리를 만났습니다. 진리가 이야기에게 말했습니다. “이야기야 네가 이겼다, 내가 졌다.” 이야기가 말했습니다. “진리야 그렇다면 네가 나를 옷으로 입으면 어떻겠니?” 진리는 이야기를 옷으로 입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마을로 갔습니다. 그랬더니 수많은 사람들이 진리에게 몰려들었습니다. 유대인 마을은 진리를 환영하였습니다. (고대 유대인 이야기 중에서, 최명덕 번역·수정본)

 

이 이야기만큼 탈무드의 성격을 잘 설명한 것이 있을까? 탈무드는 유대인이 그들의 진리를 후대에 전하기 위하여 오랜 세월 기술한 책이다. 그러나 진리를 대면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바람이겠지만 또한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불편한 일일 수도 있다. 진리는 분석을 요구하고 통찰을 요구하지만 이러한 작업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를 일찍이 간파한 유대인들은 그들의 진리를 이야기와 함께 담았다. 탈무드의 진리는 이야기를 옷 입고 있으며 탈무드의 이야기는 그 안에 진리를 담고 있다. 다음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어떤 사람이 헌 옷을 샀습니다. 집에 와 보니 옷에 다이아몬드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 다이아몬드가 누구의 것이지? 내가 가져도 될까? 그는 고민하다 랍비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이 다이아몬드는 누구의 소유입니까?” 랍비는 대답했습니다. “자네 아이를 데리고 헌 옷을 판 사람에게 가서 다이아몬드를 돌려주게, 그러면 자네는 다이아몬드보다 더 귀한 교육을 자네 아이에게 선물로 주는 것이네.” (최명덕 번역·수정본)

이 이야기를 법률적으로 따지자면 여러 복잡한 논의가 있을 수 있겠으나 결론은 헌 옷 주인이 판 것은 헌 옷일 뿐 다이아몬드는 아니며 따라서 헌 옷을 산 사람에게는 다이아몬드에 대한 소유권이 없고 헌옷을 판 사람에게 그 소유권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진리이다. 진리는 칼과 같이 엄정하여야 하고 감정에 치우셔서는 안 된다. 때문에 진리를 세우기 위해서는 분석과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은 때로 싸움을 불러오기도 한다. 진리를 세우는 일은 딱딱하고 재미없는 일이다. 그러나 싸움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랍비가 들려준 이야기는 소유권 문제에 대한 해결은 물론 숭고한 교육적 효과까지 성취하고 있다. 법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감동까지 가져온다. 탈무드 이야기는 이야기 안에 진리를 담고 있다. 탈무드에서 진리는 이야기를 옷 입고 있고 이야기는 진리를 담고 있다.

 

최근 회자되는 중요 이슈 중의 하나가 소통이다. 정부와 국민 간의 소통, 회사 사장과 직원간의 소통, 경영자와 노동자 사이의 소통,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소통 등등, 소통은 이 시대 최고의 덕목으로 등장하였다. 하지만 최근 MIT에서는 소통을 넘어선 공감에 대한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MIT에서는 이를 인지과학과 연결하였는데, 각광받는 연구 분야 중 하나이다. 소통은 이해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공감은 행동을 불러온다. 그렇다면 공감을 불러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MIT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스토리텔링'이다. 사람이 어떻게 인지하고 행동에 옮기는가에 대한 뇌과학을 연구한 결과 인간이 경험하는 인지 과정 유형 중에 스토리텔링이야말로 공감을 불러오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이에 힘입어 최근 미국에서는 마케팅에서도 소통보다는 공감을 중시하여 공감 스토리텔링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대인들은 탈무드 안에 이야기 콘텐츠를 넣었다. 이를 통하여 아버지나 선생은 자녀나 제자를 위한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었다. 탈무드의 삼분의 일이 법률에 대한 논의라면 삼분의 이는 이야기이다. 이야기 콘텐츠가 법률 콘텐츠보다 두 배나 많은 것이다. 탈무드의 법률 콘텐츠는 전문적인 학자가 아니라면 다루기 어려운 난제들이 수두룩하여 접근이 쉽지 않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이야기 콘텐츠는 누구라도 듣고 싶어 할 만큼 흥미롭다. 수많은 출판사에서 이 이야기들만 따로 편집하여 탈무드라는 이름으로 출판하였고 이 이야기들은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들의 구루(Guru)로 불리는 로버트 맥기(Robert Mckee)는 이야기의 본질을, '갈등을 극복하고 그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성취하는 것에 대한 기술이나 구술'이라고 정의하였다. 탈무드에는 수많은 종류의 갈등이 기술되어 있다. 그리고 그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탈무드는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하기 위한 매뉴얼이다. 나를 돌보는 것과 남을 돌보는 것 사이의 갈등에 대하여 어느 랍비는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나를 위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위할까? 내가 나만 위하면 나는 무엇이 될까?” 갈등은 인간을 성장하게 하는 명약이다.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인데 탈무드는 수많은 종류의 갈등을 소개하고 갈등 극복의 지혜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탈무드의 이야기는 갈등 극복의 이야기이다. 앞에 소개한 두 이야기는 진리가 겪게 되는 갈등과 소유권에 대한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었는가를 보여 준다. 두 이야기를 더 깊이 분석해 보라. 많은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탈무드 이야기를 경청하라. 갈등 해결의 비책을 얻게 될 것이다.

 

최명덕
건국대학교 문과대학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이스라엘학회장, 한국이스라엘연구소장, 한국이스라엘친선협회 이사, 한국이스라엘문화원 이사로 섬기고 있다. 저서·역서로 《유대인 이야기》《지도로 보는 이스라엘 역사》《유대교의 기본진리》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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