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도 요한도 구약을 인정하였다
- 도올 김용옥의 구약폐기론 반박 

허호익 교수(대전신학대학교)
www.theologia.pe.kr 

도올 김용옥 교수(세명대 석좌)가 저서 [요한복음강해]와 EBS의 강의와 언론인터뷰를 에서 ‘구약폐기론’를 주장하여 물의를 빚고 있다.
도올의 구약 폐기론의 요지는 세 가지인 것 같다.

 

첫째는 “예수의 메시지의 핵심은 율법의 부정”(31쪽)이고, “예수는 율법을 폐하러 왔으며, 구약성경은 폐기돼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도올이 말하는 구약은 율법의 행위이고 신약은 복음의 은총이라는 도식 역시 이미 폐기된 천박한 이론이다. 구약 안에도 출애급의 구원의 은총이 있으며, 신약의 경우는 율법의 정신을 망각한 율법주의를 부정한 것이지 율법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루터와 칼빈같은 종교개혁자들도 복음을 율법의 대립 개념으로 보지 않고 율법의 3가지 용도를 통해 율법의 필요성을 인정하였다. 예수는 구약의 한시적인 시민법과 제사의식법들의 조문들은 폐기하였지만, 저 유명한 율법에 대한 반명제 6가지(마 5:21 이하)가 말해주듯이 예수는 율법 본래의 정신을 오히려 철저히 하고 강화하여 가르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율법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왔다(마 5:17)”고 선언한 것이다.

 

둘째로 구약은 민족신 야훼(여호와)가 유대인들의 민족해방을 약속 또는 조건으로 한  “유대인만을 대상으로 한 계약”이기 때문에 폐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약의 율법은 민족 해방의 조건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십계명 서언에 기록된 것처럼 은총의 결과로 주어진 것이다. 애급의 압제에서 해방시킨 출애급과 하나님의 백성 삼은 은총(Gabe)이 먼저 주어진 후 하나님의 백성의 도리와 과제(Aufgabe)로서 십계명이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구약은 유대민족에게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상 모든 약소국가나 피식민지국가들에게 주어진 민족해방의 놀라운 약속과 비전이 담긴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그래서 일제는 구약을 읽거나 설교하는 것도 금했지만 한국교회는 구약을 통해 항일운동의 정신과 민족해방의 희망을 키워온 것이다. 근래의 남미해방신학을 비롯한 제3세계의 신학의 성서적 근거 역시 구약의 출애급 해방 전승이라는 것을 도올은 알지 못하고 ‘구약을 믿는 것은 성황당을 믿는 것’으로 폄하한 것 같다. 도올의 그런 논리가 정당하다면 플라토의 [공화국](Republic)은 희랍인들만의 이상국가론이기 때문에 폐기되어야 한다는 치졸한 논리가 된다.

 

셋째로 “예수의 출현으로 새로운 계약(신약)이 성립된 만큼 구약은 당연히 효력이 없다”고 하였다. 현대의 상법상 계약 논리로는 맞는 말이겠지만, 이 역시 신구약을 관통하는  계약신앙의 핵심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하나님의 주도로 이스라엘 백성과 맺은 시내산 계약은 ‘나는 너희 하나님이 되고 너희는 나의 백성이 되는 것’이었다. 식언(食言)하지 않으시는 하나님 편에서는 한번 계약은 영원한 계약이므로 이 계약에 신실하였지만, 이스라엘 백성은 늘 이 계약을 위반하였기 때문에 해마다 유월절에는 계약갱신이 필요했다. 새 계약은 하나님 편에서는 이제까지의 이스라엘의 계약 위반의 ‘죄를 다 사해주고 기억도 아니 하시는’(렘 33:34) 은총으로 구약에서 이미 약속된 것이다. 그러므로 신구약 성서가 말하는 새 계약은 옛 계약의 폐기가 아니라 옛 계약의 갱신이요 성취요 완성인 것이다. 

 

기독교가 유대교의 구약을 정경(正經)에 포함시킨 것은 예수 자신이 구약을 수용하여 회당에서 읽기도하고 인용하고 설교하였기 때문이다.

 

예수는 구약 즉 “모세와 선지자의 글로 시작하여 모든 성경에 쓴 바”를 “자기에 관한 것”(눅 24:27)이라 하였다.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구약은 ‘오실 메시야 즉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약속’이며, 신약은 구약의  약속의 성취이며 동시에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약속’이라고 한 것이다.

 

저 유명한 유대인 학자 G 버미스 조차도 [유대인 예수의 종교]라는 책에서 예수가 유대인으로서 구약을 여러 방식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1)구약성경의 단어나 구절을 재사용하고, (2) 구약의 선례를 인용하고, (3) 구약과 관련하여 강조나 대조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유출하고, (4) 구약을 예언의 성취로서 해석하고  그리고 (5) 새로운 교리를 지지하기 위하여 여러 구약의 구절을 모아 연결시키는 미드라쉬적 양식을 사용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도올이 강의하는 요한복음서 자체에도 구약의 인용이 적지 않다. 요한복음에는  구약의 직접인용을 적지만 구약의 개념에 매우 친숙하였다(요 1:23, 51; 2:17; 6:31, 10:34; 12:13; 15, 27, 38, 40; 12:40; 13:18; 15:25; 19:24; 36, 37)  
결국 도올 김용옥 교수는 예수가 인정한 구약마저 폐기하자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그가 강의하는 [요한복음]이 인정하여 인용한 수많은 구절의 구약을 무시하고 구약의 폐기를 주장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사를 보면 구약폐기론을 들고 나온 이들이 가끔 등장한다. 구약폐기론의 원조는 로마교회의 장로 마르키온(Marcion)이다. 그는 영지주의의 이원론에 따라 구약성서의 여호와 하나님은 열등한 조물주 신이며, 신약성서의 아버지 하나님과는 다른 하나님이라는 이유로 구약의 폐기를 주장하다가 144년 7월에 파문당하였다. 155년경 서머나의 주교 폴리캅은 마르키온을 만나 토론한 다음, “나는 네가 확실히 사탄의 맏자식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단죄하였다. 기독교 신앙의 기준인 사도신경은 사실상 당시의 마르키온의 구약폐기론을 반박하고 구약성서의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신(하나님)’이 신약성서의 ‘아버지 하나님’과 동일한 분이라는 것을 고백하기 위해 형성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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