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예수 앞에서 부끄러워해야"
유석성 서울신학대총장, "예수 이름 팔아 정당 조직" 직격탄
"정당 정치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 실천해야"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한국 교회가 기복주의, 물질만능주의, 맹목적 반(反)지성주의에 빠져 인간의 욕심이 하나님의 자리를 차지해버렸습니다. 말로는 하나님을 섬긴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물질, 권력, 명예의 우상을 섬기고 있습니다. 예수님 앞에서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개교 100주년을 맞은 서울신학대의 유석성 총장은 31일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교회의 현실과 최근 일부 목사들의 정치 참여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유 총장은 "예수님의 정신은 3가지 단어로 요약해 말할 수 있는데 사랑과 정의와 평화"라면서 "사랑은 정의로 구체화되고 정의를 행함으로써 평화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 교회는 너무 풍성해지고 부자가 돼 중세 교회처럼 제도화되면서 병폐가 나타났다"면서 "물욕, 명예욕, 권세욕이 한국 교회의 병폐이며 예수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예수의 정신, 희생정신이 한국 교회의 치유제이자 정화제이며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유 총장은 "한국 교회가 시작할 때부터 잘못됐다"면서 "한국 교회가 개화기부터 사회봉사, 의료 등 큰 역할을 해왔지만 개인의 영혼 구원만 강조하다 보니 천당 가기까지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70-80년대) 경제 성장과 맞물려 교회 성장이 이데올로기가 되면서 사람만 많이 모으면 성공한 목회자가 됐다"면서 "이러한 교회 성장주의가 극명하게 나타난 것이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태', 교회 세습, 교회 내 목회자 간 알력"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부 목사들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유 총장은 "기독교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비(非)정치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교회, 목사, 신도, 신학자는 있을 수 없다"면서 "정치 참여를 하되 정당 정치가 아니라 사회적 예언자적 기능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당 창당 등의 방법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일부 목사들에 대해서는 "사회적 지탄을 받는 분들이 선거철만 되면 예수의 이름을 팔아서 정당을 조직하는 것은 시의적절치 않고 방법도 올바르지 않다"면서 "철새처럼 나타났다가 선거철만 끝나면 사라지지 않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며 복음적"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유 총장은 "(정당 창당은) 원론적으로 할 수 있으며 독일에도 기독교 민주당이 있지만 다종교 국가(한국) 안에서 (기독교 정당을 조직하는 것은) 지금으로는 성공하기 어렵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유 총장은 그러면서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과 실천을 강조했다.
그는 "사랑은 진공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실천하지 않는 사랑은 의미가 없다"면서 "독재 정권 시절 자신은 비정치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독재 정권을 유지, 옹호, 확대,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인의 90%가 기독교인이었는데 어떻게 600만 명에 달하는 유대인을 죽일 수 있었느냐는 반성에서 독일의 정치 신학이 나왔다"면서 교회가 사회적, 공적인 책임을 다하자는 것이 정치 신학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의 '행동하는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 전문가로, 한국본회퍼학회장인 유 총장은 "정치 신학의 토대를 마련한 사람이 본회퍼"라면서 "본회퍼는 기도하는 것과 사람들 사이에서 정의를 행하는 것이 기독교인이 되는 두 가지 조건이라고 했으며 '기도'와 '사회 정의'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3월 13일 개교 100주년을 맞은 서울신학대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소속으로, 한국의 전설적인 부흥사 이성봉 목사, 한국 교회의 대표적 순교자 문준경 전도사, 여성독립운동가 백신영 전도사 등 많은 개신교계 지도자들을 배출했다.
개교 100주년을 맞아 예수의 정신인 사랑과 정의, 평화를 실천하는 인물 양성을 목표로 신입생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등 인문 교육, 현장 중심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유 총장은 "예수님의 정신으로 사랑을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인물, 한국 교회를 치유할 수 있는 인물을 키우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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