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우체국-파푸아뉴기니 문성 선교사] (25·끝) 벌거벗은 그리스도인과 옷 입은 원주민

 

 


“이들에게 구원의 기쁨 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이십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소망 없는 죄인입니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고백이며 간증이다. 단순히 겸손으로 위장된 말이 아니다. 나는 옷으로 죄를 가리는 영적인 원주민이다. 교만과 자아로 가득해 나 자신을 결코 부인하지 못하는 허물 많은 죄인이었다. 세상의 성공과 물질만을 추구하며 살았다. 교회를 통한 신앙생활도 성도와의 교제와 행위에 만족을 느끼기 위함이었다. 기도 또한 언제나 하나님과 흥정하는 것이었으며 거래의 연속이었다. 구제나 봉사를 하고 나면 나의 만족이 자리하고 있었다. 성경을 읽거나 성경 공부를 할 때도 언제나 내 지식의 만족을 추구했다. 모든 것이 내 중심적이었다. 말씀을 관념 속에 가두었고 하나님이 누구시며 내가 누구인지 궁금해본 적이 없다. 거룩한 것을 알지 못하여 진주를 받을 수 없는 돼지와 같은 존재였다. 이렇게 나의 영혼은 타락해 본성을 상실한 죄인으로 세상의 기준과 가치관에 따라 옳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어느 날 원주민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구원을 받고 기뻐하는 부족 형제들이 큰 믿음의 거목처럼 다가왔다. 장님이 눈을 뜨고 귀머거리가 듣는 것같이 내 영혼은 깨어났고 말씀을 사모하게 하셨다. 말씀에 비추어 자신을 돌아보게 하셨다. 그리고 아직도 정글 속에 잊혀져 죽어가는 많은 영혼들이 있음을 보고 듣고 깨닫게 하셨다. 한국을 떠날 때 주위에서 “문 선교사는 부인을 따라간다”라고 말할 정도로 나는 세상의 기준으로 주님의 일을 감당할 자질도 능력도 자격도 없던 사람이었다.

오래 참으시고 사랑이신 하나님은 이 죄인을 택하여 부르시고 인도하셨다. “그런즉 저희가 믿지 아니하는 이를 어찌 부르리요 듣지도 못한 이를 어찌 믿으리요. 전파하는 자가 없이 어찌 들으리요. 보내심을 받지 아니하였으면 어찌 전파하리요. 기록된바 아름답도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발이여 함과 같으니라.”(로마서 10장 14∼15절) 이 말씀은 내게 하시는 명령이었다.

지난 긴 세월 동안 파푸아뉴기니의 코라 부족을 통해 하나님은 이 죄인을 가르치셨다. 그리고 나 자신이 얼마나 교만한지도 알지 못하는 이 죄인, 자신을 부인할 능력도 상실한 죄인, 본능적으로 행하는 모든 것이 다 타락한 죄인이었다. 또 선이 없는 죄인, 감정에 따라 행하는 모든 것이 죄악된 것인지도 인식하지 못하는 영혼, 내 속에 있는 속사람을 상실한 죄인이었다. 내 안에 선이 있어 스스로 참된 선을 행할 수 있었다면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결코 나를 위하여 죽지 않으셨을 것이다. 나는 그런 소망 없는 죄인이었다.

타락한 영혼으로 쓸모없는 나에게 부족 형제들을 통하여 은혜로 가르치기를 시작하셨다. 주님은 죄로 인해 화인 맞은 내 양심을 회복하시기를 원하셨으며 부인되기를 원하셨다. 어느 누구에게도 단 한번도 우리의 필요를 구하거나 말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기도를 들으신 주님은 신실한 주님의 자녀를 택하시어 내 삶을 감찰하고 계심을 알게 하셨다. 찬양과 경배를 받기를 원하셨다.

고난은 축복의 통로였다. 고난을 통하여 십자가의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가치를 알게 하셨고 말씀과 기도가 우리에게 주어진 크나큰 축복임을 알게 하셨다.

한국을 떠날 때 아들을 보낼 수가 없어서, 우는 모습을 보여 주시기가 싫어서 가족 뒤로 얼굴을 숨겨 버리셨던 내 어머니. 그 모습은 내가 본 생전의 마지막 홀어머니의 모습이었다. 7년 후 어머니가 소천하셨다는 소식에 동료 선교사들을 통하여 한국에 갈 수 있게 하셨고 투병기간 동안 얼마나 저희의 사진을 쥐고 기도하셨으면 손 안에서 녹아버린 사진들, 그 사진은 어머니의 자식을 향한 그리움과 기도를 말하고 있었다. 다섯 살 때부터 아버지처럼 의지하며 지냈던 한 분뿐인 나의 형님도 뵙지 못하고 소천하셨다. 온 몸에 관절염으로 고생하면서도 교회를 통하여 복음을 전하여 50여명의 영혼을 주께로 인도하였고 통증 중에서도 연극과 찬양으로 하나님을 경배했던 어린 신실한 막내 처남도 하나님의 품으로 갈 때 보지 못하였다. 언제나 새벽마다 이 죄인 사위를 위하여 기도하셨던 어머님도 이 땅을 떠나 천국으로 가실 때 얼굴을 뵙지 못하였다. 언제나 나의 가슴속에서 염려와 걱정 그리고 그리움으로 기도하게 하셨던 가족들이었다.

부모를 공경하라 하신 아버지! 나는 죄인이라 아버지의 말씀을 온전히 순종하지 못하겠나이다. 이 죄인을 용서하옵소서, 그러나 주님은 질병으로 고통 하는 가족들을 영원한 안식이 있는 본향으로 부르심으로 기도를 응답하셨으며 내 마음의 염려와 걱정을 주님의 온유함으로 인도하셨고 나 또한 천국에 더 큰 소망을 갖게 하셨다. 주님이 모든 것의 근본이요 나의 전부인 것을 알게 하셨다.

구원받고 변화하는 부족의 형제들을 바라보면서 그들은 벗었으나 참된 그리스도인이며 나는 위선의 옷을 입은 영적으로 원주민이었음을 고백한다. 죄로 인한 괴로움은 질병이 주는 고통보다 더 힘든 것이었으나 좌절하여 낙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좌절은 십자가의 은혜로 주님을 바라보는 기쁨이 있는 적극적인 소망이 되었다. 이것은 하나님의 섭리였고 사랑이었으며 은혜였다.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말씀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가치관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 물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었으며, 피하고 싶은 고난은 하나님을 만나는 축복의 기쁨의 통로가 되었다. 고난은 내게 유익이 되었다. 두려움이었던 죽음은 소망이 되었고 내 안에서 은혜의 감사와 감격 속에서 하나님에 대한 절대 순종의 사랑과 경의가 일어났다.

하나님을 알고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은혜를 받은 자로서 범사에 기쁨으로 순종할 수 있게 하셨다. 말씀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된 자로서 함께 누리는 자유와 기쁨은 세상의 것으로는 얻을 수 없는 자유와 기쁨이다. 말씀 안에서의 절제와 인내는 제한된 듯하나 자유하며 진리를 아는 자로서 감격이며 기쁨이며 진정한 자유함이다. 하나님의 일을 얼마나 하였나보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하나님과 동행하였나가 더 중요하다. 부름을 받은 삶은 축복이며 기쁨이며 환희다. 내가 부름에 답하지 아니하였다면 결코 알 수 없는 복음의 비밀을 알게 하셨다.

사랑하는 십자가의 열정을 간직한 믿음의 자녀들이여! 모든 일을 지금 멈추고 기도하라. 그리고 말씀으로 돌아가라. 말씀을 통해 복음이 전해지는 그곳에 새로운 참된 가치관과 삶, 내가 누인지를 아는 축복과 살아계신 삼위일체 하나님의 영광이 있다.

문성 선교사

문성(60) 선교사는 아내 이민아 선교사와 함께 20년째 파푸아뉴기니 선교를 하고 있다. 지병 박리성대동맥류 때문에 인공동맥을 차고 있다. 선교지 코라 부족은 식인을 할 정도로 원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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