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박일민 교수(칼빈대학교 신학대학원장·조직신학)

우리는 성경을 읽을 때, 그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기 어려울 때를 많이 경험한다. 또 어떤 경우에는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어느 것이 옳은 해석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울 때도 경험한다. 그런가 하면 모든 성경을 지나치게 상징이나 영적인 비유로 해석하는 사람을 보면서 의아스러움을 갖기도 하고, “경의 모든 예언은 사사로이 풀 것이 아니라”(벧후 1:20)고 하신 사도 베드로의 경고 말씀을 대하면서 긴장된 마음을 갖기도 한다.

이제 성경은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만일 그렇다면 성경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1. 성경 해석의 필요성

성경은 모국어로 성경을 듣고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안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도 구원의 진리를 발견해내기에 충분한 책이다. 그러나 성경은 반드시 해석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다음 몇 가지 사실들을 통해 설명되어질 수 있다.

1) 성경 자체가 성경이 해석되어져야 할 필요가 있음을 여러 곳에서 교훈하고 있다.
사도들께서는 성경의 의미가 바르게 해석되어야 할 것을 여러 차례 교훈하셨다. 사도 바울께서 디모데에게, “진리의 말씀을 옳게 분변”할 것, 즉 성경의 의미를 잘 해석할 것을 교훈하신 것이나(딤후 2:15), 사도 베드로께서 “그 모든 편지에도 이런 일에 관하여 말하였으되 그 중에 알기 어려운 것이 더러 있으니 무식한 자들과 굳세지 못한 자들이 다른 성경과 같이 그것도 억지로 풀다가 스스로 멸망에 이르느니라”(벧후 3:16)고 하시면서 성경에는 알기 어려운 것들이 있으므로 잘못된 해석을 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할 것을 당부하신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우리 주님께서는 사도들의 교훈이 있기에 앞서, 친히 성경(모세와 모든 선지자의 글)을 해석하여 가르치심으로서, 성경은 해석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우리에게 몸소 본으로 보여주셨다. “그리스도가 이런 고난을 받고 자기의 영광에 들어가야 할 것이 아니냐 하시고 이에 모세와 및 모든 선지자의 글로 시작하여 모든 성경에 쓴 바 자기에 관한 것을 자세히 설명하시니라”(눅 24:26, 27)고 한 말씀이 이를 증거해준다. 빌립 집사께서도 예수님께서 하셨던 것처럼 “지도하는 사람이 없으니 어찌 깨달을 수 있느뇨”(행 8:31)라고 말하던 에디오피아 내시에게 이사야서의 말씀을 해석하여 예수를 가르치신 일이 있었다(행 8:35).

2) 사람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한계점이나 차이점들이 성경의 해석을 필요하게 만든다.
우리는 성경이 기록되던 당시의 역사, 문화, 세계관 등에서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는 환경 속에 살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성경을 읽으면서도 시대나 문화적인 배경이나 세계를 보는 눈(세계관 또는 철학)이 다른 시대에 기록된 성경말씀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기가 매우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기에 예를 들어, 신부되는 성도들이 졸지 않고 깨어서 등불의 기름을 준비하고 다시 오실 신랑 예수님의 재림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를 정확히 알려면, 예수님 당시 유대인들의 결혼식 문화를 알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 사람이 미혼인 사람에게 ‘언제 국수를 먹여 줄 것인갗하고 묻는 말을 할 때, 역사나 문화가 다른 외국 사람들은 그 말의 단어는 혹 이해를 한다고 해도 그 말 속에 담긴 정확한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과 같은 것을 보아서도 쉽게 실감할 수 있다.

우리는 성경의 언어나 그 언어를 사용하는 표현방법에서도, 우리로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많은 차이점들이 있음을 발견한다. 같은 말의 반복이나(예: 진실로 진실로), 비슷한 말의 반복(예: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하여), 대구적(對句的) 표현(예: 지혜로운 아들은 아비를 즐겁게 하여도 미련한 자는 어미를 업신여기느니라) 등 여러 가지 언어적 유희 등은 적절한 해석이 없이는 그 정확한 의미를 알기가 어렵다.

3) 성경에는 그 뜻이 서로 상충되는 듯하여 보이는 구절들이 있어, 성경 전체의 조화로운 이해를 위한 해석을 필요하게 한다.
창세기 1장과 2장의 창조 내용과 순서상의 차이, 예수님께서 ‘천국(하늘나라)’ 교훈을 하셨다는 마태복음과 ‘하나님 나라’를 가르치셨다는 누가복음 기록의 차이, 예수님께서 “내가 만일 나를 위하여 증거하면 내 증거는 참되지 아니하며”(요 5:31)라고 말씀하셨다고 하면서도 “내가 나를 위하여 증거하여도 내 증거가 참되니”(요 8:14)라고 하셨다는 요한복음 내용의 차이, 사도행전에서 세 차례 반복되고 있는 사도 바울의 회심 사건에서 발견되는 차이(행 9:3~18, 22:6~16, 26:12~18),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게 된다’(갈 3:24)는 말씀과 ‘믿음으로만 아니라 행함으로 의롭게 된다’(약 2:24)는 말씀의 차이 등이 그 좋은 예이다. 이러한 구절들은 얼핏 보아 서로 상충되는 듯해 보이기 때문에, 그 문맥이나 배경을 고려하여 성경 전체와 조화 되도록 해석되어야 할 필요를 생기게 한다.

그렇다면 성경은 어떤 방법과 기준에 의해서 해석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자.

2. 성경 해석의 원리들

성경은 사도 베드로께서 경고하신 것처럼, 자기 좋을 대로 아무렇게나(사사로이) 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성경을 해석할 때는 모든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에 이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원리들이 사용되어진다.

1) 문법적 해석
글은 사람의 생각을 드러내 표현한 것이다. 그러므로 성경을 해석할 때는 저자가 성경을 처음 기록할 때 단어와 구절을 어떤 의미로 사용했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저자가 선택한 단어나 그 단어의 배열순서, 문법, 문맥, 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나 목적 등을 찾아내는 것은 성경 해석에 있어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할 일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저자의 성격, 경험, 교육수준 등을 아는 것이나 단어의 어원적 의미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한 본문은 오직 한가지의 의미만을 가진다는 사실에 유의하고, 한 본문에서 여러 가지 뜻을 찾아내려고 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2) 역사적 해석
대부분의 성경은 일정한 역사적 환경 속에 살던 저자가 성령의 감동을 받아, 역시 일정한 역사적 환경 속에 살고 있던 사람들을 상대로 기록한 것이다. 그러므로 성경은 저자나 그것을 받는 수신자(受信者)가 살고 있던 시대의 역사적 상황을 이해하고, 그 상황에 맞추어 해석되어야 한다. 구약 예언서들의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예언서들이 기록되던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의 형편을 고려해야 하고, 복음서나 신약 서신서들의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유대인들의 역사나 전통 또는 초대교회 각 지역의 형편들을 고려해야 그 말씀들의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있다.

3) 신학적 해석
모든 성경은 하나님께서 주신 계시를 성령의 감동을 받아서 기록한 것이다(딤후 3:16). 그러나 하나님의 계시는 한꺼번에 주어진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뜻이 점점 더 확실해지도록 점진적으로 주어졌다. 이 때문에 성경 66권은 각기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개의 여러 책이 아니라, 모두가 하나의 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성경의 모든 부분들은 성경의 다른 부분들과 조화가 되도록 해석해야 한다. 한 구절 한 단어를 해석할 때도 성경 전체의 배경을 가지고 해석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여인의 후손, 아브라함의 씨, 다윗의 혈통 등에 관한 말씀들은 성경 전체의 신학적 배경 속에서 해석해야 그 의미가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다.

4) 문학적 해석
성경에는 앞에서 말한 언어적 유희 이외에도 과장법, 반어법, 의인법, 직유법, 은유법, 완곡어법 등 매우 다양한 문학적 기교들이 사용되었다. 따라서 성경은 각각 그 문학적 기교를 고려하여 그에 적절한 해석을 해야 한다. 또 성경에는 영적인 진리를 실제적이나 비실제적인 경험들을 들어 설명하는 비유들이 많이 등장한다.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적 표현을 즐겨 사용하셨다. 비유를 해석할 때는 반드시 그 문맥이 가르치는 기본적인 요소를 찾아내서, 전체 의도나 목적에 합당한 한 가지의 교훈만을 찾아내는 해석을 해야 한다.

5) 상징적 해석
성경에는 예표나 상징이 자주 등장한다. 역사적인 실제 인물, 사실, 사건, 제도, 행위 등으로 미래에 있을 것을 미리 보여주는 것을 예표라고 한다. 그리고 미래에 있을 것과는 관계없이 저자가 물건, 숫자, 형태, 행위, 환상, 색깔 등을 통해서 자기가 의도한 뜻을 나타내려 하는 것을 상징이라고 한다. 예표나 상징의 해석은 성경 저자의 의도와는 달리, 해석을 하는 사람이 자기 자신의 의도에 따라서 해석할 위험이 많다. 그러므로 상징적 해석을 할 때는 매우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성경 저자의 본 의도와는 달리, 편의에 따라 자의적으로 아전인수격(我田引水格)인 해석을 하기 쉽다.

성경은 해석을 필요로 하는 책이다. 그러나 성경을 사사로이 풀다가 그 뜻을 오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모든 성경을 한 가지 방식으로만 해석하여, 지나친 상징이나 영적인 해석을 늘어놓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성경은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된 책이다. 그러므로 성경을 해석하려 할 때는, 먼저 성경의 원저자이신 성령의 감동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해석을 시도하기 전에, 성경이 어떻게 말씀하고 있는지를 살펴서 성경이 성경을 해석하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법적, 역사적, 신학적, 문학적, 상징적 해석의 원리들이 적극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성경의 정확한 의미를 찾아내서, 그것으로 신앙의 표준을 삼고 영혼의 풍성한 양식을 삼아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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