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과 긍지를 구별할 수 있는가? (3)
자책과 회개
바울은 고린도후서 7장 8-11절에서 죄책감에 대해 생생하게 말한다.
그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세상 근심”(worldly sorrow)과 회개에 이르게 하는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근심”(Godly sorrow, 경건한 근심)을 대비시킨다.
세상 근심은 자의적인 죄책감으로 이어지는데, 이것은 자신에게 가하는 지속적인 형벌이며,
자신의 죄에 대해 인간적인 수준에서 대가를 지불하려는 시도이다.
자의적인 죄책감은 마침내 부정(否定)과 심지어 자멸로 이어진다.
가룟 유다는 이러한 죄책감을 느꼈을 때 자살을 선택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근심은 회개로 이어진다.
이것은 유다가 깨달았듯이 죄의 무서움을 깨닫는 것을 의미한다.
회개하는 죄인은 자신을 자멸로 몰고 가는 대신에 하나님은 은혜로운 용서의 제안으로 눈을 돌린다.
그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다(마 11:28).
그는 “너희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다(사 1:18).
시몬 베드로는 주님을 세 번이나 부인했으나 유다처럼 동산으로 가서 스스로 목을 매지는 않았다.
대신에 그는 회개하며 하나님께 나아갔고 초대교회의 지도자가 되었다.
자책과 회개의 본질적인 차이는 인간 중심적인 죄책감이냐 하나님 중심적인 죄책감이냐는 것이다.
때로 우리는 우리의 죄 가운데 하나가 낙타를 쓰러뜨리는 지푸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한도를 넘으면 지푸라기 하나 더 얹어도 낙타의 등골이 부러진다”는 속담을 이용한 말이다).
우리는 하나님이 감당하지 못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하나님을 인간의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극단적인 죄를 용서한다는게 불가능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의 가장 악한 죄,
곧 우리를 너무나 당혹스럽게 하며 너무나 큰 죄책감을 안겨주는 특별한 죄까지도 충분히 용서할 수 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를 씻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는 우리가 그 죄를 하나님께 내어놓고
그분의 용서를 구하며 그 죄에서 돌이키기를 원하는 것뿐이다.
우리는 우리의 공로와 성실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과 은혜로 구원 받는다.
“너희가 그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나니 이것이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치 못하게 함이니라”(엡 2:8,9).
믿음까지도 행위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있다. 하나님이 이 구절을 우리에게 주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구절은 믿음 자체가 하나님이 주신 것이며 구원은 전적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공로가 아니라 그분의 공로로 우리의 죄책감을 제거하신다.
우리의 근심과 믿음 모두 우리의 구원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우리는 오직 십자가에서 우리의 죄를 사하신 그리스도의 대속을 통해서만 구원 받는다.
왜 예수님이 죽으셨는가?
수년 전이었다. 나는 남아프리카에 있는 선교사 친구를 찾아가 내가 마음을 다해 주님을 사랑할 뿐 아니라
완전한 헌신으로 그분을 섬기기를 원하지만 여전히 죄책감을 느낀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때 친구는 나를 쳐다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죄 없이 살 수 있다면 하나님이 자네에게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셨을 걸세.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신 것은 바로 자네가 죄 없이 살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지. 자네의 죄가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에 흠집을 내는 게 아니야.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은 바로
자네의 죄 때문이니까.”
그때 나는 비로소 예수님이 나를 위해 하신 일을 깨닫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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